언젠가 두견새가 울 때까지 때를 기다리는 너구리.
by 나인볼
카테고리
이전 블로그
[글토막] 곤란함.


저는 지금 꽤나 곤란한 처지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위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군요.

알리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첫 번째로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부르는 것이겠습니다만, 곤란합니다. 다리가 없거든요. 아니, 정확히는 없어졌지요. 엉덩이 아래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마도 그 아래론 아무것도 없지 싶습니다. 그래도 고맙게 지혈은 해 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팔을 써보는 것일 겁니다. 주변의 물건이라도 집어서 밖으로 던지던가 하는 일이죠. 근데 곤란합니다. 팔도 없거든요. 짐작하건데 아마 마네킹의 팔을 뺀 것처럼 어깨 옆으론 남아 있는게 없는 것 같아요. 곤란한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고맙군요. 역시 지혈은 해 준 것 같습니다.

이제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소리를 질러보는 것이겠지요? 시끄럽다는 건 이목을 끌기 쉽다는 거니까요. 아아, 그런데 곤란합니다. 혀가 없어요. 입 안에 피도 차있지 않는 걸로 봐선 고맙게도 자는 도중 잘라낸 것 같습니다. 깨어있었으면 매우 아팠을 테니 이것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곤란은 하지만요.

다음엔 뭐가 있을까요? 꽤나 가벼워졌지만 역시 몸을 굴려보면 어떨까요. 벽에 머리라도 부딪혀 보던가 할 순 있지 않을까요? 음, 생각해보니 그것도 곤란합니다. 보이질 않네요. 앞이 마치 토굴 속 마냥 깜깜합니다. 역시 눈알도 빼버린 것이려나요? 아마도 혀와 같이 없앴겠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그 광경을 자기 눈으로 봐야 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다른 방법은 있으려나요? 꽤나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데, 딱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다행히 귀는 열려 있어서(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바깥의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좋은 환경이죠. 아, 다른 소리도 들리는군요. 뭐라고 하는 건지 조금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귀를 대보는 건가요? 뭔가 앞 쪽에 닿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오, '그거 아직도 살아있어?'라고 합니다. 어쩌면 저리도 고마울까요. 이렇게 이곳저곳 배려해 주고 나서도 안부를 걱정해주는군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저 귀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미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집 밖으로 소식을 전하긴 해야할 텐데요. 참 곤란합니다.

빗소리가 거세집니다. 덩달아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옵니다. 비가 그치는 데로 벽을 완전히 발라 막겠다는 것 같네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고마움에 보답할 길이 없어질 텐데요. 그러니 전에 곤란함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이것 참, 곤란하군요...




by 나인볼 | 2008/09/04 23:43 | 글과 설정의 망상구현 | 트랙백 | 덧글(5)
[감상] 나폴레옹광










사실 첫머리에 있는 단편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폴레옹광'은, 이전 국내에 여럿 출판되었던 일본 미스테리 단편집들로 두어번 접했던 작품입니다. 굉장히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았고, 그만큼 재미있던 작품이기도 했지요. 그 때의 인상이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광'같은 이야기를 쓴 작가, 즉 아토다 다카시 씨의 다른 작품은 과연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랄까요.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그 결과를 말하자면, 아주 괜찮았습니다! XD '나폴레옹광'에서도 그랬지만, 담담하고 무난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막판의 '단 한줄(또는 한 문단)'로 완전히 뒤바뀔 때 느끼는 감각은 거의 전율에 가깝더군요. 비록 수록된 모든 작품이 추리나 미스테리물은 아닙니다만, 그러한 구조 자체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작품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첫머리의 단편인 '나폴레옹광'은 그러한 스타일의 진수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맛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금 정도가 과하긴 하지만 '독특한 사람' 이상으론 전혀 생각되지 않는 수집가, 그리고 자신을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생각하는 순박한 시골 아저씨.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극히 담담하면서도 간결하게 유머러스하게 서술되어서 보면서 조금의 긴장감도 느낄 수 없을 정도죠.

화자인 '나'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난 이후에도 그렇습니다. 약간은 의구심이 들지만 딱히 뭔가 티나는 점은 없이 그 둘의 만남은 마무리되고, 이후 화자가 둘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수집가의 박물관을 찾았을때도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화자인 '나'도, 독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야기의 끝을 준비하게 되는 시점, 바로 이 때 아토다 다카시는 단 한 줄의 문장을 집어넣습니다.

단지 한 줄. 한 줄입니다. 그러나 그 한 줄만으로도, 독자는 화자가 느끼는 공포를 절절히 체감하면서 모든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마법같은 한 줄이죠. 구구절절한 설정없이도, 늘어지고 늘어지는 서사없이도 모든 것을 이해시키는 한 줄.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뒤어이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에 좀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 같은, 하지만 어디를 봐도 현모양처인 아내와의 생활을 서술하고 있는 '이'는, 입가에 왠지 웃음이 머금어지는 이야기에서 순식간에 섬뜩한 공포물로 마치 가면을 바꿔쓰듯이 변모합니다. 조금 하드해도 왠지 옛 동화 같은 미담으로 느껴지던 '딱정벌레의 푸가'는 마지막에 아내가 던지는 한 마디로 인해 해피엔딩에서 리얼한 살인극으로 탈바꿈하죠.

그것은 마치 천으로 가린 거대한 그림자를 보여주다가, 그 옆으로 뭔가 검게 보이는 꼬리 끝만 살짝 내보이는 것 같은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독자는 스스로 모든 것을 연상하고 그 연상 끝에 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행위나 사건 그 자체의 묘사를 대부분 배제해 버리고, 독자에게 하나의 힌트를 통한 사고를 통해 스스로 그러한 광경들을 머리 속에 그리게 하는 아토다 다카시의 기교 어린 솜씨가 절절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어떤 의미론, 얼마전에 리뷰를 썼던 '피의 책'과는 완전히 정반대에 서 있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일체의 기교나 수정이 가해지지 않은, 극단적으로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못해 외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묘사와 서술의 힘을 '피의 책'이 보여준다면, '나폴레옹광'은 자칫 늘어지면서 독자를 피곤하고 지루하게 할 수 있는 묘사와 설명을 빼 버리고 그 모든 것을 독자에게 '상상'하도록 건내줍니다. 공포도 슬픔도, 기쁨도 아연함도 모두 작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어 극대화시키는 놀라운 기술이지요.

상상력이 부족한 이는 그래서 '나폴레옹광'을 보고 어쩌면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서 즐길 줄 아는 독자에게, 주어진 키워드와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그 참뜻을 파악해낼줄 아는(물론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독자에게 '나폴레옹광'은 더없이 매력적인 책일 겁니다. 어둠이라곤 전혀 없을 듯한 일상과 유머 속에서, 마치 칼날이 삐져나오듯 갑자기 내밀어지는 이면의 모습이 가진 강렬함에 취해버리고 말죠. 바로 지금의 저처럼요. ~_~





P.S



책을 구입하신 분들은, 잊지 마시고 책의 겉표지와 속표지를 한번 비교해보시기 바립니다. :)



by 나인볼 | 2008/09/04 23:11 | 책의 향기는 인생의 향기 | 트랙백 | 덧글(3)
크고 아름다운 중산층.


9억짜리 집




+




연수입 8800만원(세금 제외)





= 중산층






























넵, 나님 극빈층...









저는 중산층은 말 그대로 중류의 생활 수준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고로 극빈층, 정부님 감사합니...ㅠㅠ 자, 모두들 본인과 손에 손을 잡고 급식소에 가서 음식이라도 타오도록 합시다. 어허엉... 혼자 두 공기 드시는 분은 때릴겁니다.




by 나인볼 | 2008/09/03 23:34 | 세상 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1)
[야구] 연승 끝, 쳇 ㅠ_ㅠ










1. 봉타나 선발을 보고 '아 이거 연승 고비가 오늘이겠구나' 싶긴 했습니다. 물론 이쪽도 구위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 타미였는데다 최근 LG의 득점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밀린다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박빙이라고 봤죠. 투수전으로 가서 중후반부까지만 팽팽한 구도를 유지하면, 최근의 LG 불펜보단 롯데 불펜쪽이 더 무게가 있으니 이기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습니다.

2. 7회에 3점을 준게 역시 제일 아팠어요. 최근 페이스가 좋던 향운장 - 영식옹 라인이 너무 쉽게 점수를 허용했달까요; 최근 등판이 좀 잦았고 시즌 막판이라 체력문제가 있는 건지... 둘 다 구위가 썩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거기에서 2점 정도로만 막았으면, 구위가 확연히 떨어져 있던 봉타나를 생각했을 때 정말 한번 해볼만 했는데 말이죠. 씁.

3. 두번째로 아쉬운 건 8회 말에 조병장이 3루에서 횡사한 것. 왜 그렇게 무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서 무리하지 않았으면 1점차에 무사 1,2루였다구요...ㄱ- 더군다나 뒤에 있는건 최근 페이스가 좋은 가르샤&민호였는데 말이죠. 물론 오늘 가르샤가 전반기 막판의 갈풍기 모드로 돌아와서 찬스를 이래저래 날려먹긴 했습니다만, 상황이 그렇게 달랐다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한층 더 아쉬워지네요; 여기서 맥이 끊긴게 결국 오늘 이길 수 없었던 이유 같습니다.

4. 가르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스윙이 좀 컸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건 이럴땐 또 안좋게 작용하는군요. 뭐랄까 자신감이 넘쳐서 다들 너무 쉽게 방망이가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게 봉타나를 비롯한 LG 투수들에게서 오늘 점수를 제대로 뽑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진건 진 게임, 다시 추스른다는 생각으로 페이스 조절을 좀 했으면 하네요. 오늘 같은 배팅이 계속되선 안됩니다아-







P.S



순위 알아보려고 체크한 한화 - 두산 게임.. 아직도 하고 있군요; 현재 시각 11시 27분, 연장 15회말...=_=; 이거 기록 경신하고 올 시즌 최장시간 끝장야구로 가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by 나인볼 | 2008/09/03 23:28 | 스포츠 월드 | 트랙백 | 덧글(5)
[드라마] 풍림화산(風林火山)









'공명의 갈림길'이 워낙에 재미없었던 탓에(중반까지는 재미있었는데 후반에...ㄱ-), 일본쪽 대하사극과는 잠시 인연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케이블 TV의 채널 J를 보다가 이 '풍림화산'을 접하곤 '오옷 님 제법?!'이라고 외치며 결국 다 보게 되었더랍니다. 왓하하. :D 제가 원래 몰아치기에 좀 강합니다.

물론 보다 보니 나온 각트 아저씨의 우에스기 겐신엔 말 그대로 뿜었고, 극 중에서 계속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앞동네의 인심 좋은 오뎅장수 A같은 풍모를 자랑하는 카메지로 씨의 신겐님도 '나의 신겐님은 뭔가 좀 더... 좀 더...ㅠㅠ'라는 덕심을 표출하게 만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는건 재미있는거죠. ( ..);

특히 가장 볼만했던 것은 스샷의 인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야마모토 간스케 역으로 분한 우치노 마사아키 씨의 열연이었습니다. 처음엔 간스케치곤 너무 젊은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기대했던 냉혹한 책사의 모습보단 연정에 불타는 애꾸 검객(;)같은 분위기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만... 중반 이후 다케다 가문의 군사로서 점점 성장해가며 보여준 연기는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원작(이라고 생각되는)을 봐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굉장한 전율을 선사해 준 최후를 맞을때의 열연은 아마 당분간 못 잊을 겁니다. 앞으로 이 분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엔 늘 관심을 가져 봐야겠군요. ~_~ 그 외에도 이야기의 전개라던가 연출 방법, 대사 등에서 지금까지 보던 일본 사극과는 상당히 다른 맛이 있었던 것도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 점은 나중에 한번 자세히 포스팅해보고 싶네요.






P.S 1




근데 각트씨의 겐신, 계속 보니 왠지 정도 드는게(...). 뭐랄까, 확실히 '인세'의 사람과는 약간 동떨어진 기인이라는 점이 팍팍 부각되서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P.S 2




이쪽 사극을 볼 때, 드라마 종료 후 등장했던 인물이나 이야기와 연관된 실제 장소나 명승지 등을 보여주는 건 볼 때마다 참 괜찮구나 싶더군요. 해당 지자체 등은 그러한 홍보를 통해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제작사 또한 그런 홍보를 통해서 제작비와 촬영 장소 등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을테니까요(실제로 이 '풍림화산'도, 주 무대가 되는 야마나시 현의 관광수입 상승에 일조했다는 이야기가 =_=;) 국내 사극에서도 이런 연계 마케팅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by 나인볼 | 2008/09/02 23:59 | 극장, DVD,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 트랙백 | 덧글(7)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이글루 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음, 그러고 보니 루루슈..
by ZECK-LE at 02:52
흠냐...샤리를 돌려다오!..
by 소망바라기 at 02:00
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
by 나이브스 at 01:57
역시 저만 그런게 아니..
by 루트비히 at 00:50
소드마스터 스자쿠에서 ..
by fazzie at 00:24
저도 그럽니다...orz
by oldman at 09/07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
by 흐뢰스베르그 at 09/07
저는 이미 이 작품 안에서..
by 흐뢰스베르그 at 09/07
뭐 사실 코드기어스는 1기..
by 나이브스 at 09/07
떡밥만 배설하고 쌓아논..
by jjss227 at 09/07
메모장
최근 등록된 트랙백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by 아이리스가 만개한 언덕..
다크나이트 - 정의로부터..
by 13월의 혁명자 로오나의..
철완버디 Decode 제1화
by 잠보니스틱스
손민한도 포수할 때가 있다
by 우모(雨茅) story
MARVEL MOVIES : 아이..
by 잠보니스틱스
인상 문답이오.
by 야옹이와 아이돌만큼은 ..
인상문답
by Spectrum
인상문답
by 지구마을 불꽃사파리
동물점이라능 오홋
by 야옹이와 아이돌만큼은 ..
동물점 나도해보자
by 와우하다 날이 저무네~
이글루 파인더
라이프 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