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림픽 야구대표팀 총평





-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해외의 한 도박업체가 한국의 순위를 4위로 전망했다는 기사가 나왔었지요(일본 - 미국 - 이스라엘 - 한국 순). 그걸 보면서 사실 이번 대표팀의 전력이 여기저기 구멍이 난 엉망진창 수준이었기에, 3위 정도 해서 목메달만 겨우 면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많이들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설마 목메달이겠어?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 달랐어도 결국 그 쪽에서 예상한 그대로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군요. :(


- 까놓고 말해서 불운이 많이 겹쳤던 대표팀이었습니다. 안될 땐 뭘 해도 안된다는 법칙이 새삼 떠오를만큼 말이죠. 생각만 해도 그냥 쌍욕이 절로 나오는 10새들의 술파티 덕에 대내외적 이미지가 최악으로 떨어졌고, 덕분에 술마신 새끼들이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선수들까지 싸잡혀서 동이동이 욕을 먹는, 최악의 분위기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메달이라도 못 따오면 정말 죽어야 하는 처지로 몰린 샘이죠.

더불어 저 사태의 여파로 2루 주전 후보였던 박민우와 불펜 요원이었던 한현희가 자진 하차한 것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댑스에 더 구멍이 났고, 감독이 초기 전력 구성에 넣었던 구창모나 최주환 등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그나마도 온전한 전력을 갖출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다 일본은 자국에서 금메달을 따고 말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거의 NPB 올스타 팀을 만들어 왔고, 미국 또한 거의 전원을 메이저 경력이 있는 더블 A - 트리플 A급으로 채운 것에 더해 현지에 익숙한 NPB 현역들을 다수 투입했고, 그것도 모자라 코칭스테프까지 신경써서 선임한 팀을 끌고 와서 한국 앞에 높은 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안에서 일본과 미국의 시합이 두 게임 다 살얼음판의 박빙 승부였다는 걸 생각해 부면 애초부터 이 둘은 한국에게는 버거운 상대였습니다. 엄연한 실력차가 있었다는 말이죠.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이전보다 약해진 전력으로,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개새끼 확정인 무대로 나갔다는 건 충분히 동정을 해줄만한 일입니다. 여러가지로 참 착잡하죠.


- 하지만 동정을 살 수 있는 부분은 거기까지입니다(까놓고 말해서 동메달이라도 따왔으면 이 파트는 안 붙였을테죠). 그런 불운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어지럽고 모자란 부분도 많았으니까요. 일단 모두가 입을 모아서 깠던 선수 선발에서부터 망조가 보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박민우의 경우. 정은원이라는 괜찮은 후보가 있었음에도 부상 문제를 달고 잇던 최주환을 끝까지 밀어부쳤다가, 결국 그 쪽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수비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죠. 더불어 빠진 박민우 자리에다 김진욱을 집어넣은 상황이다 보니 2루수 자원이 모자라서, 종국에는 황재균이 프로 와서는 본적도 없는 2루 수비를 봐야 하는 꼬라지가 벌어졌습니다(이 문제로 사실 도루 저지나 내야 수비 등에서, 자잘한 미스가 많았어요)

한현희를 대신해 대표팀에 승선한 오승환 선발도 결국 악수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리그에서 보여준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투수였기 때문에 그 선택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만... 결국 모든 건 결과가 말해주는 법이죠. 많은 이들은 이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정은원과 강재민을 떠올리면서 2021년의 선택을 비웃을 겁니다.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자업자득이지. 야만없은 없다지만 사람들의 기분은 그렇지 않죠.


- 세부적인 선수 기용에서도 대부분 실패의 연속이었죠.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강백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오재일을 포함시켰지만, 정작 그 오재일은 양의지와 더불어 중심 타선의 블랙홀이 되면서 장점인 수비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처지에 몰렸고, 그 덕에 김현수가 1루에 들어가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강백호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부진한 덕에 공격과 수비 양 쪽에서 처참하게 실패해 버린 인선이 되었습니다. 양의지는 공수에서 뭐... 말을 맙시다.

투수 쪽에서는 사실, 1선발로 생각하고 데려간 원태인의 부진이 치명타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발진이 정말이지 개판 수준이었는데(그래서 차우찬을 데려간 것에 대해서는... 짜증은 나지만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국내 선발이 그 시점에서는 그냥 그만큼 10망 수준이라서...) 1선발 후보마저 불신을 받아버리는 상황이 되니 매 게임 선발을 대체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한숨만 쉬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이의리와 고영표가 어떻게든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 주었습니다만...1선발 후보가 무너지고 어거지로 데려온 고참 좌완투수는 원포인트로 겨우겨우 굴려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펜의 무리가 커졌고, 그 덕에 내년에 곧장 입대해야 할 판인 조상우가 전성기의 KILL(?)을 보는듯이 갈려 나가면서 투혼을 불살랐습니다만 마지막에 와서는 결국 꺾이고 말았습니다. 감독이 그 김경문인데 정상적인 불펜 운영이라는 건 애초에 언감생심이었죠.

그래도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이번 대표팀의 투수진은 평가되는 전력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일본전이나 미국과의 1차전 등에서는 게임을 어떻게든 박빙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되었죠. 하지만 실력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뒤로 갈수록 그렇게 계속 잘할 확률은 낮아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게 최종전인 도미니카 전에서 폭발하면서(사실 1회에 김민우가 4실점한 시점에서 정말 힘들어진 게임이었죠) 모든게 끝났습니다.


- 경기 안에서 보인 좋지 않은 모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전의 고우석은 말할 것도 없고, 베테랑인 오승환까지 마지막 도미니카 전에서 보였던 베이스커버 미스 등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한국 외야수들의 문제로 지적되는 송구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비가 조금만 정교했다면 먹지 않아도 되었을 점수가 게임마다 최소 1점씩은 있었죠.

그리고 국제대회에서는 자주 보이는 모습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내내 조크보의 존보다 스트존이 더 넓은 상황에서 거기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대회 내내, 몇 경기만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심판들이 좌타자 기준으로 먼 쪽으로 흘러나가는 바깥쪽 꽉찬 코스를 일관되게 넓게 잡아 줬는데, 주축 타자들이 전부 좌타인 상황에서 이걸 그냥 계속 보면서 기다리다보니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팀은 중요한 고비마다 왼손 투수를 써서 한국 팀의 공격을 착실히 끊어 먹었죠. 카운트 먹힐 때마다 심판만 계속 보면 뭐합니까. 존이 태평양이면 치는 사람이 거기다 맞춰야 하는거지.


-그렇게 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솔직히 말해서 상대 대비로 딱 3위 정도 할 실력이라고 봤기에 제 예상 순위는 3위였습니다. 허나 최악의 분위기로 시작해야 했던 외부 요인과 부상 악재, 이름값만 보고 기도메타를 돌린 선수선발, 거기에 더해 대회 안에서의 빠릿하지 못한 경기 운영과 댑스의 한계 덕에 글자 그대로 있는 전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총제적 난국이었고, 그렇게 해서 받아든 성적표는 4위였습니다. 화도 나고, 씁쓸하고, 착잡한 심정입니다.

먹지 않아도 될 욕까지 퍼먹는 애들을 보면 가엾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제 만신창이인 상태 그대로 바로 리그에 복귀해서 굴러야 할 상황임을 고려해 보면(당장 이미 조상우와 이정후가 휴식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는 정보), 어차피 뭘 해도 욕먹을 거 최소한의 실리라도 챙겨 왔으어야지... 라는 생각만 드는거죠. 욕은 욕대로 먹고, 결과로 남은 건 엉망진창이 된 리그 스케쥴과 혹사당한 선수들 뿐. 이윤을 남기기는 커녕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판이니 이제 뭘 어찌해야 할지...

그냥 까는 건 좀 까더라도, 일부 등신들같은 행패만 부리지 말고 삭이자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다스리지 않으면 진짜 짜증만 날 것 같거든요.



P.S

도미니카전의 8회 초에, 모든게 박살난 후 외야에서 비통해하던 김현수와 이정후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속이 안 좋더군요. 오만가지 생각이 막 떠오르는게... 그나마 김현수와 박해민이 대회 베스트 9에 선정된 것은 조금 위안이 됩니다. 하아. = _=


P.S 2

이 와중에 한 철없는 놈은 음주 운전으로 걸려 들어가고, 구단과의 미담을 홍보하던 외노자 한 명은 대마 문제로 임탈되었습니다. 정말이지 2021년은 KBO에겐 저주의 시즌이라고 밖에...



덧글

  • 음유시인 2021/08/09 21:52 # 답글

    개인적으로 진짜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던 선수는 양의지였습니다.

    꺼무위키에서 장타자의 탈을 쓴 이용규, 사기스러운 스윙 능력이라고 그렇게 칭찬 받던 현 크보 최강의 오른손 거포가 미국 일본의 훨씬 강력한 속구에 삼진 셔틀 되는거 보면... 진짜 한국야구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선수가 아니었나 싶었으요.

    그리고 제가 야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최정 강재민 등 안 데려간건 김경문의 틀딱 마인드라고 넘어가도 오재일은 대체 왜 데려간 거죠? 커리어 상 3할을 친 적이 있었던 적도 없는거 같은 선수를 왜...
  • 피그말리온 2021/08/09 22:51 # 답글

    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이에요. 동메달은 기대하긴 했지만...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죠 뭐...
  • hansang 2021/08/10 00:30 # 답글

    제 생각과 비슷하십니다. 투수들은 잘 한 편입니다. 불펜 요원을 뽑지 않아 혹사를 자초한건 감독 탓이지요. 최소한 강재민, 정해영 선수는 써 봤어야 했어요.
    타격도 상대한 투수들을 생각하면 선전한 편이기는 합니다. 이런 대회에서 홈런을 쳐 줄 만한, 과거의 이승엽, 추신수 선수같은 선수가 없었을 뿐이지요. 그런 역할을 기대했던게 강백호, 오재일 선수였을텐데 역시나 국제 대회에서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작전이 필요했는데 뭐 한게 없네요. 무엇보다도 최주환 선수는 올 시즌 성적과 몸상태를 보면 데리고 가면 안됐습니다. 정은원, 안치홍 선수는 물론 멀티 가능한 김선빈 선수가 차라리 나았을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감독의 책임이라 생각되네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