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은 왜 처참하게 졌는가 망상구현화와 자기만족


1. 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 이번에 당선된 무소속 의원 5명중에서 이 4명은 원래 통합당이었다가 공천에서 밀려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들이다. 이번에 이들이 지역구에서 받은 지지율과 통합당이 받은 지지율을 합쳐 보면 그냥 답이 나온다. 얼마나 공천을 등신 머저리같이 했는지 말이다. 복당이네 뭐네 귀찮은 갈등을 거칠 필요 없어 담담히 4석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아침에 윤상현이 신승했다며 인터뷰 하는게 나왔었는데, 거기다 꽂은 안상수가 받은 지지율하고 합치면 지지율이 거의 60퍼센트에 가깝다. 애초부터 2번 공천받아 나왔으면 선거 일주일 전에 이미 당선 소감문과 감사 인사 현수막 인쇄 들어갔어도 된다. 윤상현은 친박 성향이 너무 세서 대외적인 반응은 좋지 않은 인물이지만, 적어도 자기 지역구 안에서는 우스개로 영업왕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지지도와 인지도가 굉장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컷오프하고 박는다는게 다 썩은 안상수... 그런 식으로 공천을 해 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래 놓고 수도권에서 이기겠다고...- _-?


2. 코로나 코로나 타령하는데, 그 코로나 사태 이후 여당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건 저번 대선, 지선과 모두 관련되는 문제다. 언제나 대규모 재해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린다라는 미국 애들의 분석이 있는데, 그건 대규모 재해 때는 공권력만이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적절한 대처를 통해 행정 능력을 평가받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의 대통령을 비롯, 각 지자체장들이 대부분 누군가? 거의 다 여당 계열 인문들이다. 그 이유는? 그 당이 지난 대선에서도 지선에서도 떡발려서다.

더군다나 서울의 박원순, 경기의 이재명 등 인구의 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의 지자체장들은 장기적으로 대권까지도 바라보고 있는 거물 정치인들이다. 당연히 대중적 영향력도 더 크고, 목소리 하나하나를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다. 이재명이 정부보다도 먼저 선수를 쳐서 재난지원금 이야기를 꺼내고 박수를 받은 것도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다 이런 위기 안에서 오히려 스스로를 어필할 포인트를 찾고 있는 거다. 그런게 바로 정치 감각이고. 그리고 그런 걸 보며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게 된 거다. 그럴 여지조차 갖지 못했던 이들은 거기다 대고 덕을 봤네 뭐네 헛소리를 하며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연패가 누적되면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건 프로 스포츠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3. 2에서 이어지는 문제로, 총천은 차기 대권 주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민주당이 이낙연을 자기 지역구도 아닌 다른 곳에 지원 유세를 보냈던 것도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 대한 영향력을 넘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까지 그를 평가하며 지지를 보내는 팬들을 가진 정치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소속당이 점수를 얻는데 도움을 준다. 그 당은 쫌 싫은데, 그래도 xxx가 있어서... 라는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거다. 몰락하기 전의 박근혜가 아-주 좋은 예시다.

허나 이번에 그 당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었는가? 종로에다 꽂는다는게 정치 초짜에다 등 떠밀려 나온 황교안이었다. 그 황교안이 그 당에서 대선 주자로서의 지지율이 제일 높은 카드였었다. 내부의 인재들이 얼마나 지난 선거에서 연패를 거치며 타격을 입었는지 그만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도 없을 것이다. 농담 좀 보태서, 그 자리에 이낙연 대신 박원순이나 이재명을 꽂았어도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거다. 내세울 얼굴마담조차 없어서 80 먹은 할배를 부랴부랴 선거 한 달 전에 끌어다 앉혀놓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름대로 그 당에서는 거물급 여성 중진인 나경원이 정말이지 정치판에서는 쥐뿔도 없는 신인에게 패했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아주 상징적이다. 이제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거물급 정치인들조차도, 당 간판 덕에 초짜에게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4. 제 3지대가 사실상 실종되고, 양극 체재가 강해진 상태의 정치 환경에서는 어차피 양강 모두 일정량의 강성 지지자들을 가지고 싸움을 시작한다. 보통 30-35퍼 정도 본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쪽이 정말 어지간한 바보짓을 하지 않는 한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찍는다. 반대편을 생각하기엔 서로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선거의 향방은 중간 지대에 위치하며 남은 30-40%를 어디로 끌어들이는가 하는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사회가 되었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파들은 대게 온건파다. 이들은 과격한 워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중립적인, 혹은 무심한 위치에서 판세를 보다 도덕적인 부분과 이슈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N번방 처분 문제에다 세월호 쓰리섬을 터트렸지.

보수 유튜버들의 채널이나 베충이 소굴에서 낄낄낄 이기이기 찔리노! 막말이 아니라 맞말 아니노! 하면서 노는 걸 보고 별 일도 아니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네이버 댓글을 보며 여론은 다 정당한 문제 재기라고 하던데? 라며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황교안은 그렇다고 쳐도 차명진의 경우, 적어도 선거에서는 경력을 자랑해도 되는 김종인 할배가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이거 컷하라고 했을 정도다. 대체 왜 그랬겠는가? 그 쪽의 인터넷 여론 따위엔 관심 없는 보통 사람들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호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줬었고, 차명진은 어차피 인지도와 지역구의 지지율을 볼 때 당선은 어려운 카드였기에 무시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왜 경악을 하며 쳐냈겠는가? 그만큼 이게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고,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간파했다는 이야기다. 한 명의 지역구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선거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라고 파악했었다는 거다. 그런데 결국 어찌 되었는가?

제명은 우왕좌왕하며 늦어지고, 그 사이의 며칠 동안 차명진은 내내 신나서 목소리를 높이며 더욱 큰 똥을 뿌린다. 막말 자체를 떠나서 이 때 보여준 분열된 모습은 지지자들에게도 한숨을 쉬게 할만한 꼬라지였기에, 김종인 할배를 선대장을 내세운 의미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노인네가 격노하고 한심하다고 하는데도 현실적으로 당 안에서 그 명령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만 보여줬고, 그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광고한 꼴이나 다름 없었다.

"저희의 지도부는 보시는 그대로 이렇게 개판이고, 얼굴 마담으로 앉힌 저 영감님은 사실 호구고요, 특정 구성원의 돌발 행동을 억누를 힘이 없습니다, 헤헤. ^ ㅁ^"

저래 놓고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솔직히 양심에 찔리는 일이 아닐까? - _-


5. 한국 정치사의 집권당 중에 열린우리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들과 정치색이 다른 온갖 인사들을 끌어들여 몸집만 불리고, 그러다 한 번의 승리에 취해 그 열매를 나누려 싸우다가 알아서 분열하며 멸망한 정당이다. 그렇게 그 당이 보여준 교훈은 아무리 승리를 절대 지상과제로 한다고 해도,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체한다라는 것이다. 그 교훈을 보고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집단이 바로 이번에 깨진 그 당이다.

전광훈같은 인간과 가깝다는 걸 어필하는 것이, 정말 선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탄핵 사태가 벌써 몇년 전 일인데, 아직까지도 친박 타령을 하며 박근혜 석방이네 뭐네 간을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지지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20-40대 안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기독교 감정은 적어도 기독교계 안에서도 비난받은 전광훈 덕에 얻을 지지율보다는 크고, 지금의 여당이 보여준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모습에 반감을 가진 이들조차도 대부분 박근혜를 동정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할배들 정당, 늙은이들만 껴안고 가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덮어 쓰고 좋아하는 머저리들이나 그걸 모른다.


총합해서 결국, 질만해서 졌고, 지는게 당연했기에 진 거다. 리더쉽도 능력도 책임감도 없는 지도부, 뒤에서 차기 대권 주자를 노리며 간만 보고 있는 중진들, 엉성해지고 헐거워진 조직력, 자기들이 알아서 뒤집어 쓴 고루한 이미지, 점점 더 거듭되는 연패 덕에 줄어드는 입지와 그러면서 자연스레 줄어드는 자금 때문에 발생하는 두뇌풀의 축소, 인지도의 후퇴,기타 등등, 기타 등등...

국민 탓을 하기 전에, 그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고 되새겨 봐야 하는 이유다. 보수의 이미지가 한 때 고학력, 깔끔, 재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뭐 그러고도 뭐가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면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더 집권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30-40대가 20년 후에 50-60대가 된다. 그럼 그 땐 뭘 가지고 선거를 하려는 건가? 저승에서 세상을 떠난 산업화 시대의 유권자들을 강령술로 재소환해 망자의 군대(보수)라도 만들 건가?

심지어 지금도 50대에서조차 유의미하게 밀리고 있는데 말이다.



P.S

누군가 왜 뉴밸에다 안 쓰고... 라고 하던데, 난 거기에 발도 들이기 싫어요. 여기도 사회 카테고리가 붙어 있으니 문제될 건 없을 것. :)


P.S 2

배현진이 된 건 딴 게 뭐 있나. 잠실 5단지를 비롯한 재건축 문제, 종부세, 그리고 헬리오시티의 변심이지. 언플하기 딱 좋게 코로나 검진소 설치 문제도 있었고. 그런 걸 고려할 때 배현진은 박원순네 집을 향해 하루에 세 번씩 절해야 한다. 금뱃지를 달게 해 준 장본인이나 다름 없으니까.

반대급부로 수도권에서 지지율 1-2퍼센트 정도의 박빙으로 진 통합당 후보들은, 차명진을 샷건으로 쏴도 된다.


덧글

  • 바탕소리 2020/04/16 12:19 # 답글

    막줄에 그렇게 써 놓으시면 '줄'이 길어질 텐데요.
    차명진은 샷건 정도로 끝나겠습니까.
  • 나인볼 2020/04/16 22:49 #

    '모두가 쏴 버리고 싶었던 사나이'라니, 소설 주인공 같네요.
  • 피그말리온 2020/04/16 12:40 # 답글

    진짜 1달, 1주를 참지 못하고...개인적으로는 박근혜 서신 선에서 정리되나 기대했었는데 제가 너무 어설픈 생각을 가진거 같습니다.
  • 나인볼 2020/04/16 22:50 #

    원래 뭐가 되었던 추락할 때는 몰골이 많이 안 좋죠.
  • 2020/04/16 13: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4/16 23: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4/21 21: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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