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수준 스포츠 월드


평균 구속도 아닌 최고 구속이 145면 빠른 공을 가진 강속구 투수라는 말을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30대 공을 가지고도 배나구 하나만 잘 들어오면 타자들이 손을 못대서 잘하면 탈삼진왕도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죠. 정말 가끔 나오는 최고 구속이 152인 투수가 범접할 수 없는 강속구를 던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던 그런 시절 말이에요.

팀에 트레이닝 파트는 커녕 운동기구도 제대로 없어서 선수들이 자비 들여서 따로 운동하고, 부상을 입은 선수가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음날 곧장 경기를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렇다고 선수들이 무조건 몸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밤새 술처먹고 다음날 경기에 알딸딸하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도 않았고, 담배 정도는 그냥 이야기거리조차 되지 않던 그런 시절 이야기죠.

수비 못하는 굼뜬 애는 그냥 적당히 1루에 처박아 두면 알아서 어떻게든 굴러가겠지라는 마인드를 가진 인간들이 수비 코치를 넘어 감독 자리까지 차지하고, 말 안 듣는 새끼는 적당히 패면 알아서 방 찾아와서 사과할 거라고, 그리고 그걸 '화합'이자 '선수단 장악'으로 표현하던 시절의 이야기 말입니다.


대체 그게 언제냐구요? 머리 아픈 애들이 그리 핥고 빠는 8개 구단 시절 이야기죠 씨이발!


요즘 꼬라지 보면 개야구, 발암야구, 동네야구라는 소리는 꼭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된 후부터 탄생한 이야기인줄 아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그 이전에도 개크보는 예능 기믹으로 보는 X신들의 리그라는 표현이 흔했고, 투수들의 똥볼이나 야수들의 뇌가 탈출한 플레이도 흔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심했죠. MLB, NPB가 국내 여기저기서 중계되면서 저런 야구를 하는데 개크보를 왜 보냐 ㅅㅂ라는 소리를 하던 건 요새 그런게 아니라 벌써 15년도 더 된 옛날부터 하던 소리인데 말이죠.

그 잘난 8개 구단 시절에 비하면 체격, 그리고 체격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투수들의 평균 구속, 타자들의 비거리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선수 관리 측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발전한 부분이 많으며(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과 발전이 없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코칭 스테프의 수준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올라와 있는게 최근의 개크보입니다.

현재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게 퇴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하다 못해 구장을 비롯한 인프라 문제, 그리고 리그에 들어오는 용병들의 등급마저도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해져 있는 마당에 대체 뭐가 그렇게 8개 구단 시절엔 그렇지 않았는지, 얼마나 수준 높은 야구를 했길래 저질야구에 팬들이 떠나네 어쩌네 입을 터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물방개 나오던 구장에서는 야수들이 한 50미터 달리고 8미터씩 점프해서 공을 잡아내고 그랬나 봅니다. 곤충소년이신지? - _-

올해 개크보의 사정이 별로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총재라고 앉아 있는 얼간이는 저게 사람새낀지 여행 좋아하는 트래블러가 새로 쓰고 싶은 책 소재를 얻기 위해 몰래 잠입한 건지 알 수 없는 수준이고, 외부의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이 수 년간 쌓이며 생긴 팬들의 불신은 이제 위험 수위까지 올라와 있으며, 성적으로 양분화 된 리그 상황에서 아래 쪽에 원정 관중을 많이 동원하는 팀들이 대부분 몰려 있다는 문제적 상황(사실 이거 저거 다 씨부리는 것보다 올해 관중 동원이 망하고 있는 이유는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나중에 한 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죠)까지 겹치면서 말이 아니죠.

그리고 상황이 안 좋을 때 처맞는 건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개농이 10년 가까이 얻어 맞고 있는 거죠. 더불어 올해 반전의 여지를 마련한 K리그가 지난 몇 년간 의미도 없는 수준 운운하면서 까이던 것도 평관의 지나친 하락/구단 수익 문제 등 여러가지가 겹쳤기 때문이고 말이에요. 기레기들은 원래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안 좋을 때 까 주면 호응이 강하니까요. 야구도 거기에서 자유롭진 않죠.

월드컵 효과가 폭발하던 2003년을 기억하십니까들? 김은중이 날아다니던 시절의 대전 시티즌 앞에서 꽉 눌렸던 한화가 관중 동원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신문 기사가 나오고, 이제 월드컵도 끝났으니 야구팬들이어 제발 야구장으로 돌아오라! 라고 외치던 눈물나는 호소가 주요 일간지에 실리던 그 때 말이죠. 그 땐 매일 관중이 이거 뿐이냐고 조롱당하고, 줌인 사진이 떠서 까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올해 언론이 각 잡고 개크보를 패는 건 그래서 사실 크게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에요. 실제로 유의미하게 안 좋아진 부분이 흥행에서 보인다면 감수해야 할 일이죠.

근데 그건 인정해야겠지만, 이유를 잘못된 부분에서 찾고 있다면야(그리고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라면야) 기레기들이 좀 기레기 씨발아라고 말을 들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리그 자체의 수준이 퇴보했냐는 건 또 별개의 문제란 말이죠.

리그의 수준이 흥행에 그렇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개크보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멸망해서 모든 구단의 마스코트가 쌍방울 레이더스의 그것마냥 쓰레기장에 쌓여 있었어야 했을테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단 말씀. 하물며 실제로 퇴보한 것도 아닌데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죠. 최근 몇 년간 계속 핀트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K리그 수준 타령하던 못된 버릇이 또 딴 무대로 옮겨온 필인데, 거기에 팬들마저도 덩달아 라떼는~ 예전이 좋았지 이노오오옴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주 그냥 기가 찹니다.

보기 짜증난다고 까는 건 팬의 자유지만, 엄연히 발전한 부분을 못 보고 입을 터는 건 그냥 개소리에 불과합니다. 소위 미화된 추억을 이길 작품은 어디에도 없다는게 엔터테이먼트 세상의 진리지만, 데이터가 멀쩡히 존재하는 스포츠에서도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죠. 누구든 자기가 가장 재미있던 시절이 제일 빛나 보이게 마련이에요. 근데 그걸 객관하진 맙시다, 좀.



덧글

  • ChristopherK 2019/07/01 21:46 # 답글

    2015년 윤안임오가 그 시작점이 아닐까요.
  • 나인볼 2019/07/03 21:26 #

    음... 그거보다 좀 더 전인 것도 같지만 확신은...
  • 무명병사 2019/07/01 22:48 # 답글

    그런데 한번 정줄놓고 배팅머신 모드로 들어가는 꼴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긴 해요. 게다가 잠잠해지면 터져나오는 조작에, 올해는... 올해는... 하다가 "X까"하면서 등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말이죠.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되려 독이 된 것 같기도 해요.

    + 그리고 유일하게 우리 프로야구에서 발전이 없는 심레기들의 또 하나의 만행...
    https://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214&aid=0000960571
  • 나인볼 2019/07/03 21:27 #

    기사가 없어졌군요! = ㅁ=

    뭐 사실 어디나 그렇지만, 개크보는 인기팀의 순위에 따라 평가나 흥행이 많이 갈리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올해의 흥행 부진은 그냥 8할 이상이 그 영향인 걸로 보고 있습니다.
  • 개크보 2019/07/02 11:14 # 삭제 답글

    개크보가 언제는 수준이 높았나. 08년 시절에 그나마 쓸만한 놈들이 뽀록으로 금메달 딴거 때문에 거품 낀거지... 09년도때는 WBC 후유증으로 리그 전체 수준이 폭삭 내려앉았던 것만 봐도 종잇장 뎁스에 수준 떨어지는 동네 리그라는거 까발려졌었음.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개크보도 실드쳐선 안되고. 수준은 존나 떨어지고 국제전에서는 똥퍼질러싸면서 돈은 또 오지게 받아쳐먹는 새끼들이 지금 관중 떨어지는거 자초한거임.
  • 파군성 2019/07/02 22:36 # 답글

    KBO 평관이 대충 천씩 까이던 시기가 있는데, 그게 딱 칡헬롯기티가 바닥깔았던 14→15인건 심봉사라 못보나봅니다. 당장 크보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나오는데...
  • 나인볼 2019/07/03 21:28 #

    팬층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의 전통의 인기팀들이 가지는 티켓파워가 압도적이죠. 사실 그런 거 다 알면서도 그냥 분위기에 편승해서들 입 터는 거 같기도 하고.
  • RuBisCO 2019/07/03 15:16 # 답글

    좆크보 정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인적자원 부족에 시달리면서 이전보다 문제가 심각해진걸 부인하기 힘든게 사실이긴 합니다. 10년대 중반까지의 투수살인마 전성시대를 거치면서 쓸만한 재원들이 너무 많이 갈려나간데다가 1차지명 폐지 이후의 육성군 붕괴로 인해서 재원이 너무 부족해졌어요.
  • 나인볼 2019/07/03 21:32 #

    어거지로 벌크업을 하는 것처럼 상체만 키워놨으니, 그걸 받쳐줘야 할 하체 부실의 길로 가는 건 피할 수 없죠. 근데 그거랑 최근에 이래저래 떠드는 리그의 수준 저하 -> 관중 감소라는 논리는 좀 다른 개념이라고 보거든요. 과연 8개 구단 시절에 비해서 소위 말하는 수준이 떨어져서 올 시즌 관중수가 줄어든 건가? 라는 의문에 대한 생각이었던 것 뿐입니다.

    맨날 주워섬기는 이야기가 수비가 모자라네 투수들이 제구가 안되네 이러는 건데, 8개 구단 시절이라고 투수들이 육수 흘리면서 볼질 안한 거 아니고, 답 없는 수비라고 조롱 안 당하던 거 아니잖아요. 오히려 선수 개개인의 스펙은 훨씬 더 늘어났죠. 단지 훨씬 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확산이 빨라졌고, 거기에 맞춰 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쉬워진 것 때문에 그냥 쉽게 반응이 나오는 거라고 봐요.
  • 진주여 2019/07/04 00:06 # 답글

    헬 롯 K(ia) (K)T 시절보다야
    LG가 위에 있는 지금이 더 나은것 같습니다.(관중숫자)

    리그 수준 운운이 나오는건 손이 많이가는 까다로운 투수육성에 비해서 제대로된 운동만 꾸준히 시켜도 효과가 보이는 타자들이 압도적으로 강해져서 그런거 같아요.
    기껏 좀 던진다 싶으면 갈려서 박살나고(불펜), 신인선발은 로또 먹구
  • 나인볼 2019/07/04 19:25 #

    말씀하신대로 전체적인 피지컬 증가로 타자들의 비거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투수들은 공급 자체가 딸리다 보니 타고투저로 흘러가는 부분이 있죠. 그래도 최근 몇 년간 젊은 투수들 중에서 쏠쏠한 공을 던지는 애들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그러다 균형이 맞춰지면서 그냥 한 때의 흐름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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