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직쏘(2017) - 좋지는 않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은 극장, DVD,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사실 본 건 한참 전인데, 글이 정리가 안되서 이제야 올리게 되네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모두 언급하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조용히 돌아가주시면 되겠습니다.



- 쏘우 시리즈는 사실 의외로 굉장히 굴곡진 역사를 겪어온 프랜차이즈입니다.

지금이야 소위 '고문 포르노'라고 불리는, 신체에 대한 가학과 그에 따른 고통을 세일즈 포인트로 하는 영화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시리즈 팬들은 다 알다시피 원조인 1은 영화 안의 모든 요소를 후반부의 반전 하나를 위해 준비하고 거기에만 올인했던 스릴러 영화에 가까웠으니까요(그래서 사실 지금 보면 짜임새가 좋다고는 할 수 없죠. 물론 이후의 작품들에 비한다면야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별로 잔인하지도 않았고, 그런 부분을 강조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제작비 대비 수익에 고무되어 빠르게 만들어진 2까지만 해도, 컨셉이 변했을지언정 최소한 원조의 분위기는 유지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시리즈의 정체성이 완전히 변하게 된 건 3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때부터 이 시리즈는 좀 더 고어해지고, 설정에 무리가 많아지고, 쏘우의 상징인 마지막의 반전조차 그냥 유혈의 끝에서 즐기는 덤처럼 변했으니까요.

거기에 더해 시리즈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존 크레이머라는 캐릭터가 퇴장해 버린다는 점에서, 3은 이후의 작품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놓은 작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죠. 얼굴마담을 잃고, 원조가 지향하던 스릴러로서의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한 쏘우 시리즈는 이후 원조가 아닌 이 3을 계속해서 자기복제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트려 갈 뿐이었습니다.

어떤 의미론 단발성으로 끝났어야 할, 하나의 요소에만 올인했던 영화가 시리즈화 되면서 어거지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들, 거기까진 생각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던 부분들을 얼기설기 짜맞추듯 가져다 붙여야 했기에 자연스레 겪어야 할 비극이었던 건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비극은 5와 3D(7편)라는, 거대한 똥덩어리를 유산으로 남기면서 쏘우 시리즈가 끝을 고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 '직쏘'는 그렇게 어이없는 마무리를 마지막으로 정리되었던 쏘우 프랜차이즈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7년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새 작품입니다. 개봉 전의 엄청난 관심이 말해줬듯이, 비록 뒤로 갈수록 망가져 간 질에 대해 아쉬워할지언정 시리즈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는 걸 보여줬지요. 그렇기에 쏘우 시리즈가 그런 옛 팬들을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지,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가 달렸던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볼 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본전치기는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후술할 여러 단점들이 분명히 드러나 보이기에 빈말로도 잘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리즈 팬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해서 계속 달라붙어 있었는지는 잘 이해하고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영화는 설정상 3D의 10년 후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분명 10년 전에 사망이 확인되었던(아예 4에서 시체 해부신까지 나왔었죠) 존 크레이머가 새로운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정황이 포착되고, 그 게임의 새로운 희생자들과 사건을 추적하여 진상을 밝히고 그들을 구하려 하는 외부의 추적자들이라는, 두 가지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2, 그리고 5와 가장 흡사한 형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언급했다시피 존 크레이머는 확실하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정말 그가 살아 있는 건지, 아니면 이전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그의 추종자, 즉 후계자가 그의 이름을 빌어 벌이고 있는 사건인 건지, 만약 그렇다면 그 후계자는 고든 박사같은 생존자인건지, 아니면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인 것인지 등, 시리즈 팬들이라면 여러가지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요소가 많은 출발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설계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했다고 봐야겠죠.



- 더불어 엘레노어를 통해 보여주는 옛 시리즈의 고문도구라던가, 모두가 그리워하던 존 크레이머의 직접적인 출연이라거나, 게임 참가자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 등, 본편 안에서도 시리즈 팬들을 즐겁게 할만한 요소들은 넘쳐납니다. 마지막까지 '선택'이라는 요소에 집중해 그 결과를 통해 메세지를 보여주는 일관적인 모습도 좋은 의미로 옛 작품의 풍미를 떠올리게 해서 느낌이 나쁘지 않죠.

언급했다시피 시리즈 올드팬들에게 상당히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주는 재미를 떠나서, 그것들이 과연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과 어우러져 짜임새를 보강해 주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건 아니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이 작품의 반전이 가지는 핵심은, 같은 시간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두 시점, 즉 참가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새로운 직쏘의 게임 파트와 그 장소를 찾아내고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의 파트가 실제론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라는 겁니다. 새롭게 발견되는 게임 참가자들의 시체는 사실 지금껏 관객들이 보아 온 게임과는 다른 게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영화 안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아주 오래전의 일, 즉 존 크레이머가 생존해 있던 시점의 것이라는게 가장 중요한 반전 포인트가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실을 섬세하게 숨기면서, 마지막의 시체 두 구가 말해주는 진실이 충격적이도록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실패했습니다. 현재(라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진행되고 있는 게임에서 계속 발생하는 희생자의 시체가 이후 외부에서 발견되면서 수사기 진척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그렇게 되려면 희생자가 하나 발생할 때마다 최소 하루나 이틀 정도는 게임 중에서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근데 어디로 봐도 그렇게 보이질 않거든요.

특히 중간에 다리 한 쪽을 잃게 되는 라이언의 경우,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한 이후라고 해도, 영화의 이후 진행을 감안해서 상황이 동시간대에서 어떻게던 맞아 떨어지려면 그가 그런 부상을 입게 만든 선택이 끝난 직후 최소 하루 정도는 시간이 흘렀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만한 시간동안 생존해 있는다는 건 어디로 봐도 좀 어렵죠. 그나마 창백해지는 얼굴 등으로 상태가 안 좋다는 걸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위화감을 숨기기가 힘들고.



-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과연 밖에서 발견되고 있는 시체들이 게임 내부의 이 사람들과 동일인물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고, 그런 의심은 후반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존 크레이머에 의해서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비록 계속 그가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실 해부까지 했던 시체는, 쌍둥이던 대역이던 뭐던 간에 본인이 아닌 다른 존재였다'같은(...) 웃기지도 않는 설정으로 갈게 아니라면 그가 살아있을 수는 없다는 걸 시리즈를 계속 봐 온 팬들이라면 잘 알 수 밖에 없거든요. 비록 쏘우 시리즈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판타지로 갈 순 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가 살아 있는 것으로 나온다면, 위에서 언급된 시체의 문제와 연계되어 결국 깨달을 수 밖에 없죠. 지금 보여주는 게임은 과거의 일이고, 그걸 진행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 즉 그의 후계자라는 걸 말이죠. 그 시점에서 이미 존 크레이머의 생존은 사실상 부정되었기 때문에, 영화의 가장 중요했던 의문점 하나가 의미를 잃어버린 샘이 됩니다. 그래서 절정부에서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어요.

결국 그렇게 해서 남는 건 후계자가 과연 누군가 하는 문제인가 정도고, 그 후계자는 고든 박사같은 마지막까지 남은 옛 작품 안의 누군가거나, 극히 좁혀진 타겟(대놓고 난 떡밥 캐릭터지 범인은 아니라는 걸 어필하던 엘레노어를 빼면)인 할로란과 로간 둘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에서도 그 둘만 남죠.

그나마 이 둘 사이의 마지막 게임에서 드러나는 반전은 제법 괜찮긴 합니다만, 그것도 결국 로간이 작품 안에서 계속, 무리할 정도로 되려 그를 의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할로란을 후계자로 지목했던 걸 생각하면(가장 대표적인게 시체의 탄환 검사. 이 부분은 정말 실소가 나올 정도로 조작을 하고 있는게 눈에 보여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죠. 구경 이야기를 차라리 하지 말던가) 그럴듯하긴 해도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거기다 로간이 알려지지 않는 후계자였다는 사실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들, 예를 들면 그가 존 크레이머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게 되는 동기, 또는 이미 존재했던 아만다나 호프만같은 후계자들이 그의 존재를 알았던 건지 몰랐던 건지 등등, 자연스럽게 생기게 될 의문에도 제대로 답해주질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 더군다나 정체를 드러낸 후 이야기를 이어가는 로건 역 배우의 표정 연기가 너무나도 엉성한데다(...), 거기에 그렇지 않아도 잘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이 어우러져 반전의 분위기가 살질 않습니다. 할로란이 죽는 부분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대급으로 임팩트가 있는 데드신이라 그렇게 거슬리는 부분들을 잠시 동안 깔아뭉갤만큼 강렬하지만, 그 효과가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아쉬움뿐이죠. 이런 이야기일거면 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말이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옛 시리즈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새롭게 흥미를 동하게 한다는, 프랜차이즈가 다시 시작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무에는 성공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이전의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원조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존의 작품들에서 남은 여러 떡밥들(고든 박사를 비롯한 존 크레이머의 옛 '유산', 3D에 등장한 최후의 생존자는 어떻게 된 건지 등등)을 과감하게 커트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통해 새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알리려 한 자세 자체는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허나 정작 본편 안에서조차 배우들의 연기는 곳곳에서 엉성하고, 중요한 설정들은 제대로 어필되지 못하며, 등장 인물들의 행동 동기도 제대로 설명하질 못하거든요. 의도는 좋았지만 그걸 뒷받침할만큼의 질을 가지지 못했던 겁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어쨌던 3 이후의 시리즈들처럼 말초적인 고어 요소에만 집착해, 영화의 정체성을 ''게임 희생자가 어떻게 죽나'에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엉성하긴 해도 작품 안에서 스릴러 요소를 붙들어서 놔 버리지 않았고, 영화 안에서 주어진 퍼즐을 통해 반전의 임팩트를 키워간다는, 시리즈가 갖고 있던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니까요. 뭐 역량이 안되서 제대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노력한 부분들, 수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기존 팬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최초의 작품이 가졌던 긍정적인 요소들을 다시 되새기면서 새롭게 시작할 이후의 작품들에 부여하려 애썼다는 점만으로도 5나 3D같은 똥과 같은 반열에 둘 작품은 아니라고 봐야겠죠. 시리즈 팬으로서 말하자면, 원조인 1을 제외하면 그나마 높은 평가를 받는, 2나 6 정도에 근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총평은 65점에서 70점 전후로, C에서 C+ 정도 주는 것으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