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속 강간 장면은 사실 합의 없이 촬영됐다 <-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기사
“생각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마리아 슈나이더가 수치심과 분노를 연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기를 원했다. 그때 이후로 슈나이더는 평생 동안 나를 증오했다.”
주연 배우(말론 브란도)와 감독이 짜고 다른 배우 한 명을 평생 수치심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 사건을 두고, 당사자인 감독이 한 소리다. 그는 피해자였던 마리아 슈나이더가 죽고 난 뒤에야 '죄책감을 느끼지만 후회는 안함' 같은 소리나 지껄이며 자신을 변호했다. 그 마리아 슈나이더는 사건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인생을 보내다가 결국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채 죽었고 말이지.
그녀는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그 때 변호사를 불렀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그랬을거고, 그래야 맞다. 허나 지금보다 인권의식을 포함한 모든 것이 뒤떨어져 있었고, 관련 법규도 미비했을테니 고작 19살이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을거다. 그래서 나중에 가서야 가해자가 감성팔이 하면서 저딴 변명이나 주워 섬길 수 있었겠지? 그런데 그 때는 그랬으니까, 영화 감독들은 그런 면이있으니, 지금 와서 누구씨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감독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니 납득할 만하다는 건 대체 어느 대가리에서 나오는 생각인걸까?
뭐 그런 사건이야 찾아보면 허다하긴 하다. 구로자와 아키라는 영화 '거미집의 성'을 찍으면서 배우한테 실제로 화살을 쐈고(덕분에 그 배우는 술먹고 구로자와를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한국 영화사의 명작 중 하나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전투 장면에서 실탄을 사용하면서 찍었다.. 지금은 한국 영화계의 거장 대접 받으시는 임권택이라는 양반은 당시 중 2였던 미성년자(이상아)에게 협박까지 퍼부으면서, 누드신 촬영을 강요했다.
그 때야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니까 이러면서 넘어갈 수 있었을거다. 지금 와서도 당시에는 그렇게 문화가 달랐으니까... 라고 얼버무리면서. 저들이 저질렀던 짓은 분명 범죄의 영역이지만, 이제 처벌할 근거도 마땅치 않고 여건도 되지 않으니 그냥 도의적 책임 정도만 요구하면서, 어쨌던 명작이 남았다면서 어떻게 변호를 하려고 해 볼 수 있겠지. 씁쓸하지만, 짜증나지만 어쨌던 다 지나간 그 시절의 일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가? 지금의 헐리우드 같은 곳에서 위에 나열한 것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아마 최소 수백만 달러짜리 소송이 줄지어 이어졌을 거다. 배드신 강요는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니 일단 빼고 이야기하더라도, 뭐? 배우의 동의 없이 감독이 따귀를 날렸다고? 그 대단한 연기 지도 덕분에 돈 꽤나 날리셨을걸? 지금은 60년대가 아니라 SF 소설에서 차들이 하늘을 날아다닐 미래세계라고 부르던 2010년대다. 그리고 이번에 이슈가 된 해당 사건은 2013년에 일어났다. 지금과는 의식도, 시스템도 달랐던 시기에 벌어진 일들이 그랬었으니 지금도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이야기야 뭐야? 개념이란게 머리 안에 있긴 하냐?
김기덕의 크리에이터 정신이 그리 대단해서 그런 사고가 필연적이고 어쩔 수 없는거면, 작품 세계만 본다면 그 못지 않게 독한 박찬욱 같은 사람은 왜 촬영 현장에서 항상 배우의 동의를 중요시하고 합의를 이야기하는 걸까(참고로 박찬욱은 여성 연기자의 노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촬영장은 산업 현장이 아니고 예술의 현장이라 뭐든지 용인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라는 질문에 "그런 극단적이고 독특한 예술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예술을 방어하기 위해서 어떤 비판도 들을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라고 대답한 사람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뭐 얼마나 고결하고 그리 대단해서 이 시대에도 폭력에 대해 특별 취급을 받아 주셔야 하는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폭력은 무슨 이유를 가져다 붙이던 엄연한 폭행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그러니까, 그 바닥이 그러니까 이해할 부분이 있다는 건, 참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니었나? 그리고 그런 이야기기가 나올 때마다 소위 적폐 논란부터 튀어나오며 시작하는 이런 시대에, 왜 영화 감독만 따로 취급 받고 이해를 받아야 하는 건지?
본인도 인정한 '선의의 폭력'이란게 참 여러가지로 대단하구만.
P.S
참고로 어지간한 촬영 현장에서 구타나 폭행을 다루는 신을 찍을 때는, 정말 구석탱이의 독립영화 같은게 아닌 한 여러가지로 배우를 배려한다. 입에서 소리까지 내기도 하고, 카메라 각도도 신경쓰고, 기타 여러가지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감정 상하는 일 없게 신경을 쓴다고.
무슨 사람 패는 장면 나온다고 감독들이 다 진짜로 두들기면서 찍는 줄 아나... 괜히 '그거 진짜로 때린 거임?'같은 질문이 나오는게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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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그나저나 지금까지 저 사람 추켜세웠던 이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팝콘, 나쵸나 뜯어야겠습니다.
2017/08/03 19:3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7/08/03 22:24 #
비공개 답글입니다.사람 사는 상식이 중요하지 예술이 중요하겠습니까. 대단한 걸작 하나 만들자고 인권 침해 이외의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냥 영화 때려치워야죠(...) 애니메이션을 그리든가 CG를 쓰든가 대안이야 아쉬운 놈이 찾으면 되고요.
하지만 성격 뭐같다고 까이는 거랑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 전혀 다른 문제인 건데, 그 두 가지도 구분
못한다는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