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하피 스토리 감상(물론 열려 있는 G타워까지) 태초에 게임이 있었느니라







공식이 인정한 백합(?)







- 총평부터 말하자면, 단점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시나리오. 그리고 저번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허용된 수위 안에서는 꽤 성인향(?)을 가미하려고 노력했다. 검은양 팀이나 늑대개 팀의 이전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10대 취향 라이트 노벨(성향은 다르지만) 스타일이라면, 이 쪽은 그보다 조-금 높은 20대 취향 라이트 노벨에 가깝다고 보면 될 듯.

노골적인 동성애 코드에(남자도 가리지 않는(...) 하피라는 캐릭터의 취향상 바이섹슈얼에 가깝겠지만) 여러모로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과거사 등, 원래도 그랬지만 이젠 그냥 대놓고 소위 덕 취향의 방향으로 올인하려는 제작사의 굳건한 의지가 엿보여서 나름대로 감탄 중(?).


- 하피가 위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건 초반부의 이야기만으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가 언제쯤 홍시영의 통수를 칠지(...) 기대감을 가지면서 가는게 진행의 기본 흐름. 그리고 늑대개 팀의 다른 대원들을 다루는 태도나 트레이너와의 입씨름 등, '성인 여성'이라는 요소를 잘 살려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차별화한 점이 많다.

덕분에 사실상 진행의 큰 틀에서는 서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던 늑대개 쪽의 다른 두 대원에 비해, 진행하면서 꽤 신선하고 재미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물론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허용된 수위 안에서'의 이야기지만). 특히 트레이너의 경우 다른 두 대원과 하피를 대하는 태도,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다. 그 외에도 상당히 재미있는 대사가 많고.


- 그리고 유저의 그런 기대과 흥미를 중반부에 한 번 완전히 꺾어준다는 것이 이 캐릭터의 시나리오가 가지는 최대의 미점. 세 번째 필드인 신강고의 주축 npc, 맘바와 우정미에 관련된 연관 퀘스트는, 정말로 유저에게 기존의 원탑 발암(?) 시나리오였던 레비아의 그것보다 더한 씁쓸함을 선사한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였던 캐릭터가, 실은 가장 수동적이고 반작용으로만 행동하는 것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게 감상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더불어 유저는 여기에서 하피가 내면에 담은 것이 복수심이나 또 다른 꿍꿍이가 아니라 안온한 체념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변해갈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레 가질 수 있게 되는거고 말이지. 예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어차피 던전 뺑뺑이가 강요되는 이 게임의 구조에서, 이후의 전개에 대한 호기심은 그런 뺑뺑이의 지루함을 달래줄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인 전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허나 막상 이렇게 잘 이야기를 끌어와 놓고, 마지막 무대가 되는 G타워의 전개는 여러모로 아쉽다는 것이 좀... 캐릭터의 붕괴로 말이 많았던 캐롤라인과의 대비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밑밥을 깔고(그러면서 나름 캐롤라인도 다시 살리고(...)), 하피라는 캐릭터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건 결국 체념한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이었다는 걸 어필했던 것 까지는 좋다. 어느 정도 감정의 당위성도 제시되고 있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많은 이들이, 아니 하피를 키우던 사람이라면 사실상 백 중 아흔은 기대했을 홍시영을 배신하는 부분이 너무나 허무해서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는게 첫 번째 이유.

신강고에서 깊은 체념과 절망을 보여줬던 캐릭터가, 지나온 다른 필드에서 만난 캐릭터들과 다른 이들의 도움을 통해 일종의 정신적 재생을 이룬다는 왕도 전개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인 홍시영의 계획이 무너지는 부분에서 그녀가 기습에 쓰러지는 걸 그저 방관만 하고 그 뒤에나 움직인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좀 맥이 빠지는 연출이다. '뭐야, 이렇게 끝... ㅇㅅㅇ?'이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결과라는 이야기.


- 더 심한 건 그 다음.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하나의 아이콘으로 삼아 저항하고 있다는 것에서 원래의 긍지를 되살려야 할 이유를 찾았다는 캐릭터가, 정작 자신의 의지를 옭아매고 부쉈던 장본인이 퇴장하자마자 '그냥 인간놈들 버리고 맘바한테 붙을까'같은 소리나 한다는 건 여러가지 의미에서 좀 뜬금없다. 이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

물론 왜 그런 상태가 되는지에 대한 단서나 암시가 제공되긴 한다. 어쨋든 하피 스스로가 언급했듯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비중을 두고 있던 상대가 퇴장해 버린 후 생기는 자연스러운 허무, 공허감 덕에 자신이 이후 어떤 길을 걸어야할지 당장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후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는 어필되고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그건 어디까지나 유저 스스로 찾아먹어야 하는 암시에 지나지 않기에 위의 발언을 이해하고 금방 납득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그리고 마지막까지 맘바에게 자신이 갈 길을 의지하려 했던 사실도 결국 변하지 않고). 그나마 그 후 '세계의 적'이 되었다는 부분에서 오히려 환희하며 최종적으로 자아를 찾고, 스스로의 의지로 늑대개의 일원이 된다는 마무리는 그럭저럭 준수했지만, 역시 저 부분의 부정적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 결론적으로 캐릭터가 내면에 어둠을 가지게 된 이유와 그 깊이를 묘사하는데는 꽤 성공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재생'에 이르는 과정과 결말을 깔끔히 매듭짓는데는 실패했다는 느낌.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늑대개의 다른 두 캐릭터보다도 마무리라는 점에서는 뒤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홍시영이 G타워에서 무조건 퇴장해야 하는, 필드와 기존 시나리오의 구조 덕에 어쩔 수 없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것보다는 훨씬 더 깔끔히 매듭짓는 방향도 많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 그렇고.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 자체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시쳇말로 '잘 팔리게' 만들어놓은터라 더더욱.

그래서 총점을 주자면 한 85점 정도. 충분히 재미있게 봤고 캐릭터의 매력도 물씬 느껴졌지만, 그렇게 한껏 비상해서 연기를 해놓고 정작 착지에서 실패해서 감정을 확 먹은 체조선수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도 캐릭터 자체는 정말 마음에 드는 만큼, 이후로도 아마 주요 캐릭터로서 죽 굴리지 않을지(제 1 부캐였던 이슬비의 위치가 위험해!)






P.S

체격, 이미지, 게임 내 모델링, 대사 등 모든 면으로 미루어 볼 때, 22세/170cm라는 캐릭터 프로필은 완벽한 무리수. 최소 26~7세에 174 정도는 되야 모든 면에서 들어맞는다. 클망이 오히려 덕구들 취향 게임이라 그런지 더 몸을 사리는(?) 느낌이 있단 말이지... 서유리 키를 줄인 것만 봐도 그렇고. - _-



P.S 2

맘바와의 최종전에서 이어지는 대화 중, 맘바의 체력을 거의 다 깎은 부분에서 나오는 마지막 대사들은 완벽한 사족. 전투 전의 대화는 정말 이 게임을 하면서 본 최고의 대사들이 이어지는 향연같았는데, 너무나 뻔하디 뻔한 감성만 넘치는 그 이후의 대사 덕에 다 말아먹었다. 왜 분위기를 깨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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