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망상구현화와 자기만족


개인적으로 연애란, 비유하자면 두 사람 사이에 연애감정을 기본으로 한 교집합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정 부분을 상대와 공유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또한 그런 부분이 좀 더 넓어지면서 함께 하고 싶어지는 그런 감정. 그리고 그런 감정이 생기고 발전해 가는 과정은 더없이 즐거운 그런 일들 말이다.

하지만 교집합의 크기가 아무리 커져도 수학이 아닌 연애에서 그게 공집합이 될 수는 없고, 될 이유도 없다는 것 또한 내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타인이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 타인이 그 문을 열고 들어오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 타인의 색깔로 물들지 말았으면 하는 그런 부분 말이다.

그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성격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생활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언제부터인가 죽 이어진 소소한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는 사연을 담은 과거의 문제에서 기반한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던 간에, 그렇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굳어진 부분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과 역사가 담겨 있기에, 여기에 대해 누군가 터치하려고 하면 누구나 일종의 자존감을 걸고 대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가능하면, 연애를 할 때도 그런 부분(정확히는 그런 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겠지만)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었다. 나를 상대에게 맞춰서 억지로 바꾸려 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내 취향대로 남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는 걸 기본으로 한, 스스로 정한 일종의 '룰'을 기준 잣대로 두고 말이다.

물론 공교롭게도, 그런 민감한 부분이 좋은 감정을 죽 유지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심각하게 거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거나,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수준이라 이걸 방치했다간 관계의 지속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껄끄러운 정도라면 피하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게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온 힘을 다해(?) 바꾸려 노력한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 정도로 심각한 경우엔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쪽을 택했지.

그리고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곤 했는데, 어떤 상대에게는 이런 태도가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모양이다. 바로 가장 최근의 연애가 그랬다(라고 해봐야 사실 좀 됐지만). 그 사람은 나의 이런 태도를 '배려를 가장한 무관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부분을 건드리면 반응할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귀찮고, 피하고 싶으니 고개를 돌리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짐작가는 부분에 대해, 그 부분은 내가 분명히 몇 번 언급하지 않았냐고 이야기하자...


"그건 그냥 넘어가긴 그러니까 티나게 생색만 낸 거지!"


라는 대답이 나왔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감정 문제가 심해지면서 깨졌지만, 그 때 적잖게 당황하고 꽤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다. 내 태도가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거다... 라는 생각을 사실 거의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만큼(그냥 솔직히 말해서 아저씨지 뭐), 아무래도 만나는 상대의 나이도 올라가다보니 더더욱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고.

그러다간 문득 옛 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오래 전, 10년도 더 된 이야기. 학부 시절에 잠시 사귀던 후배가 '오빠는 사람을 내버려 두는 걸 배려로 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긴 했다. 물론 24시간 내내 자기한테 관심을 가지고 그걸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한테 소홀한 거'라는 마인드를 가졌던 아이였기에, 그런 말도 그런 감정의 범위 안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 애도 위에서 언급한 그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는 알 길이 없지만.

말했듯이 좀 된 이야기지만, 어쨌든 그렇게 옛 일까지 되새김질할 정도로 인상에 강렬히 남았던 이야기여서인지 이렇게 요즘에도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말들이나 충고 아닌 충고를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상대를 바꾸려 해보는 것도 영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잊고 넘어가자니 뒷맛이 애매하고. 최근 정신적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계속해서 그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간간히 맴돈단 말이지. 그래서 이런 글이나 쓰고(...)...

이럴 땐 문세형의 노래가사가 정말 딱 맞다는 생각만 든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아저씨가 되도 아직 이렇게 모른다, 연애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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